⋅˚₊‧ ଳ ‧₊˚ ⋅

순례는 첫날부터 고난이었다. 포르투 대성당에서 출발해 얼마간 길을 걷다가 도저히 다리가 아파 걷지 못하겠다고, 순례 첫 날인 것을 고려해 걷는 거리를 14km 남짓 잡아두었으니 이쯤이면 도착했을거라고, 확신하며 공원 벤치에 털썩 주저 앉았을 땐 고작 출발한 지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여태 걸은 거리는 대략 4km. 한숨과 웃음이 동시에 나왔다. 이제 어쩌나. 인터넷에서 들은 대로 양말을 벗고 발을 잠시 바람에 말렸다. 주변은 온통 평화로운 일요일을 즐기는 현지인들로 가득했다. 나와는 너무 다른, 여유가 넘치는 사람들.

다시 가방을 메고 한 시간을 더 걸었지만, 역시 무리였다. 도저히 걷기가 어려워 버스를 타려고 했지만 버스 정류장을 코앞에 두고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떠나버렸고, 밥이라 먹으라는 운명으로 받아들여 근처 레스토랑에 들어가 새우 파스타를 시켰지만 정말 맛이 없었다.

그리고는 또 다시 길을 걸었다. 터벅터벅. 한 걸음 한 걸음. 그 이상으로는 생각할 수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왜 이런 고생을 하겠다고 한 건지, 이제 앞으론 어떻게 할 건지, 머릿속엔 각종 후회와 걱정이 가득했다. 마치 이 여정을 홀로 잘 마치면 삶의 큰 의미가 찾아올 거라고, 비로서 나는 어떤 자유를 얻을 거라고, 헛된 기대를 품었던 건 아닌지 ……

하지만 …… 또한 나는 알았다. 얼마나 간절히 오고 싶었는지. 설령 스스로를 응원하기 위한 가짜 직감이라고 해도, 얼마나 ……. 얼마나 이 길이 운명처럼 느껴졌는지.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는 바다를 옆에 두고 계속 걸어갔다. 뭐든 처음이 가장 힘들다는 사실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채,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허리와 다리 통증과 마음의 깊은 슬픔을 느끼면서, 나는 천천히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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