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2

아직도 창세기를 읽고 있다. 오랫동안 이 책을 시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적당한 때를 잘 기다린 사람들보단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았고, 잘 기다리는 동안에도 의심과 슬픔은 끊이지 않았다. 그 사실이, 내게 위안이 되었다 ―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흔들려도 계속 갈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서.

오늘 아침엔 다시 서울에 비가 내렸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아마 그건 ……

방주를 짓는 노아를 생각하며 글을 쓰는 일.

식사 시간에 맞춰 정성스럽게 쌀을 씻고 땀을 흘리며 불 앞을 지키는 것처럼 매일 아침 성실히 이야기를 짓는 일.

만드는 일.

생각하는 일.

때로는, 슬퍼하는 일.

그 슬픔을 이해하는 일.

적당한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일.

…… 그러는 사이에 6월이 왔다.

https://youtu.be/Gk5OiUR63l0?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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