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1
덕수궁에 핀 꽃이 보고 싶어서 아침 일찍 시내로 나왔다. 요즘 나는 힘이 빠진 말들을 찾고 있다. 시간과 고난을 통과하며 자만과 통제를 놓아버리고 마침내 겸손해진, 단순하고 뼈 있는 말들. 그런 말들로 된 글들을 모아 얇고 작은 책을 만들고 싶다.
요즘의 나는 뭐랄까 …… 도망치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는다.
봄이 온 4월의 서울에서, 익숙하고 느긋한 날들을 보낸다. 내 안엔 이보다 더 많은 소원들이 있지만, 지금, 여기선, 그걸로 만족한다.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