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5
요즘 나는 나를 많이 기다려준다. 불편한 감정에 적당한 이름이 떠오를 때까지. 그걸 뒤늦게 상대에게 말해줄 때까지. 간발의 차이로 기찻길 신호에 걸렸을 때에도, 기차가 다 지나갈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준다. 지하철 역에서도,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요가원에서도, 카페에서도. 나는 차분히 내 차례를, 내 호흡을, 내 반응을 기다려준다.
주말엔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책이 여러 권 든 가방을 메고 비가 내리는 도시를 하염없이 걸었다. 걷다가 배가 고프면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고, 습관처럼 도서관과 서점을 기웃거렸고, 마음이 생기면 카페에 앉아 책을 읽으며 낙서 같은 메모를 잔뜩 했다. 그리고 또 다시 걸었다 — 더 이상 걷고 싶지 않을 때까지.
서두르지 않는다. 자유로운 침묵 속에서 나의 가장 연약하고 진실한 진실의 몇 마디가 떠오를 때까지. 나는 나를 기다려준다.
잘 기다릴 줄 아는 사람. 한 자세로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 순간에 머무르는 평안을 누릴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에.
그런 마음으로 4월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