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3
오늘 아침 문득 선선한 봄 하늘을 바라보다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노력에도 내 글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내 안에서만 빙빙 맴돌다가 숨을 거두면 어쩌지, 하는 생각. 그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고, 과거에도 여러 번 일어났던 일이니까.
그럼 정말 어쩌지 ...... 하다가 불현듯 창밖의 나무와 시선이 마주쳤다. 춤을 추는 듯, 손을 흔드는 듯,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그들로 인해 불안했던 나의 마음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아니, 원했던 것들을 얻지 못할 수도, 있지. 하지만 ...... 시선을 돌리면, 사계절 내내 초연하게 서 있는 저 나무들이 있고, 내 품에서 잠이 든 어린 조카의 평온한 얼굴이 있고, 나의 가장 은밀하고 연약한 마음을 알아주는 내 글들이 있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마치 대단한 공허와 슬픔만이 남을 것 같지만, 실은, 많은 걸 가지고 있지. 이미.
...... 내가 가진 게 무엇이었는지, 내 것이 아니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런 걸 알게 되는 시간은 주로 성취가 아닌 상실의 시간이었다. 작은 유리알을 하나 하나 밟듯 하루 하루를 보내던 그 날들을, 작고 느리게 변화하던 그 시간들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