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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즈막이 일어난 아침,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잡지사 두 곳에서 온 원고 거절 이메일이었다. 그런 이메일에 쓰이는 말들은 거진 비슷하다. 당신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치열하게 고민했지만 아쉽게도 이번엔 저희가 원하는 글이 아니라고 판단해 거절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다시 연락주세요 등등.
이메일을 읽고 말 없이 부엌으로 가 따뜻한 물을 한 잔 따라 마셨다. 한때는 이런 말들에 마음이 산산조각나서 울기도 했지만, 이제는 …… 이제는 울지 않는다. 그저 나랑 생각이 다르구나, 생각한다. 물론 완전히 아무렇지 않지는 않다. 하지만, 거절을 받을 때에도, 수락을 받을 때에도, 나는 늘 이유를 모르기에 지금은 아니구나, 하고 씁쓸하게 돌아설 뿐이다.
…… 물을 다 마시고는 가방을 챙겼다. 또 무언가를 읽고 쓰기 위해. 또 생각하고 또 수정하기 위해. 바깥은 봄이었다. 햇살이 따뜻했다. 그걸로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 땐, 고개를 들어 저 멀리 산등성이와 나무들을 봤다. 그러면 기분이 괜찮아졌다.
자연엔 모든 것이 있다. 그들은 움직이며 움직이지 않고, 변화하며 반복한다. 아름답고 진실하다. 언제나. 그 사실이, 그 모습이, 내게 큰 위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