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8
늦은 저녁, 덕수궁 계단에 앉아 한참 동안 찬 바람을 맞았다. 요즘 나는 외로움과 막막함과의 긴 싸움을 벌이는 것 같다. 아니, 싸움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나는 싸우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바라본다 ― 슬픔도, 기쁨도.
비슷한 꿈을 세 개나 꾸고 일어났을 땐, 잡지사로부터 원고 수락 메일에 와 있었다. 이메일을 닫고 짧게 기도를 했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거봐, 알 수 없다니까. 왜 어떤 글은 수락되고, 어떤 글은 거절되는지.
그리고 시내로 나와 아침 작업을 시작했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굉장한 말을 봤다.
“한치 앞을 알 수 없지만 Though I cannot see future
그 길로 간다. I continue that path.
끝이 정해진 책과 같은 인생처럼 As no life is so boring
지루한 건 없으니 Like a book with a certain ending
나는 늘 내가 알지 못하는 So I keep walking
그 세계로 걸어간다. Into the world of unknown.
그것이 나를 살아있다 느끼게 하니 How can I not
그 길로 갈 수 밖에는 When the path makes me feel
없다.” Alive at last.
보이지 않는 길을 선택한 자들의 용기.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믿음과 희망. 나는 지금 그걸 택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