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4
또 그런 기분이 든다 ― 이렇게 날이 좋고 계절이 아름다운데, 문득 엉엉 울고 싶다, 고. 내 슬픔은 어디에서 왔나, 헤아려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더 가라앉고 만다. 뭐랄까 ……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중요한 무언가를 두고 온 느낌. 그래서인지 아침부터 자전거를 타고 시내에 나왔지만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지 못해 세 군데나 들어갔다 그냥 나오고, 마침내는 늘 가던 그곳에 가 아무 글도 쓰지 못하고 멍하니 창밖만 봤다.
슬픔에 관한 책을 쓴다는 것이 무리였을까. 하지만 이렇게나 울고 싶은 이 마음은, 그러니 나를 알아 달라는, 세상 밖으로 꺼내 달라는 슬픔의 손짓이 아닐까. 생각한다.
…… 답이 없는 생각들 속에서 오직 한 가지 다짐을 한다. 슬프다는 이유로 이 자리를 도망치지 않겠다는 것. 함부로 다른 무언가로 이 슬픔을 덮어버리지 않겠다는 것. 여기서, 그를 바라보겠다는 것.
이번주엔 같이 수련하던 요가 선생님 두 분과 작별하게 되었다. 어제는 마지막 수업을 듣고 선생님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 (또) 늦은 시간까지 수련을 하고 (또) 수다를 떨다 늦은 시간 귀가했다. 헤어지기 전에 포옹을 해도 되나요? 라고 선생님께 묻자 선생님은 그럼요! 하고 나를 안아주었다. 우리는 웃으면서 작별했다.
웃으면서 하는 작별. 언젠가 여름, 소음이 가득하던 뉴욕 소호 사거리에서 J가 내게 알려준 습관이다. 그렇게 하면 그 새하얀 웃음으로 우리의 마지막을 기억할 수 있게 된다는 걸, 오랫동안 서로 만나지 못해도 그 따스함은 늘 내 안에 살아 있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다.
하지만 …… 하지만 그때도 슬펐겠지. 그때도, 슬픔이 기쁨과 함께 있었겠지. 지금, 내 안에 기쁨과 슬픔이 같이 있는 것처럼. 이토록 밝은 봄날, 마음 한구석이 서늘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