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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도서관에서 동의보감을 쉽게 풀어 쓴 책을 발견했는데, 그 책에 이런 말이 있었다. 봄의 생명을 살리는 활발한 기운은 그 전 기운인 겨울 기운, 즉 음기운을 얼마나 잘 저장했느냐를 기준으로 결정된다고. 사방으로 펼쳐지는 봄의 새싹은 결국 겨울 동안 모아둔 음의 기운을 통해 이뤄지는 거라고. 그러니까, 모든 생생한 오늘 아침은 모두 밀도 있고 맑은 전날 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러니까 …… 그러니까 나의 슬픈 날들도 성실하고 지혜롭게 보내면 분명 기쁨의 밑거름이 될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마음의 푸른 멍이 지워지지 않는 느낌이 들었을 땐 짧은 낮잠을 잤고, 다시 일어났을 땐 몸이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4월의 마지막 주말은 그런 모양으로 지나갔다.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