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1

어젯밤엔 가만히 창가에 앉아 4월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고요한 밤에, 고요한 형태로, 4월을 보내고 싶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나에게 그런 여유가 있는 것이. 기쁨이라고 생각했다 ― 나에게 그런 다정한 인내가 있는 것이.

한때 나는 일기장에 이런 말을 자주 적곤 했다. 다시는 …… 다시는 이 해로, 혹은 계절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 고.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을 만큼 수치스럽고 열정적이었던 날들을 똘똘 뭉쳐 절벽에서 커다란 바위를 밀어내듯, 나는 여기서부터 이만 이 시간들과 모른 척 살아가고 싶다, 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지혜가 없는 날들이었다. 나를 위한 여유나 배려가 지나치게 없었으므로. 지혜는 편안한 침묵의 틈에서 생긴다는 걸, 그때는 몰랐으므로. 언제나 열심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피로했다.

하지만 지난 4월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슬프면 잠에 들었고, 행복하면 그대로 드러냈다. 어쩔 수 없이 피어나는 몇몇 불안과 욕심들 속에서도, 나를 해결하라는 그들의 협박 같은 분노 속에서도, 나는 그들의 이름을 떠올리려 애썼고, 그러면 그들은 잠잠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4월이 지나갔다. 그가 지나가고도 나는 계속 부드러울 수 있었다.

https://youtu.be/M1-sbzj8t0k?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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