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2
이른 아침, 내가 떠나온 그 섬에 사는 친구가 나무 사진을 보내줬다.
나는 한눈에 그 나무를 알아봤다 ― 한때, 그 나무 곁에서 서글픈 감정들을 삼킨 적이 있기에.
그때도 그랬다.
내게 슬픔은 산불처럼 활활 타오르지 않았다.
대신 소리도 없이 잘게 부서진 수천 개의 유리조각처럼 따끔따끔 내 안을 돌아다녔다.
나는 그걸 알면서도 그들을 전부 주워 담을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나무 밑에서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 언제부터인가, 잘 울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눈물이 날 것 같으면 나무를 봤으니까.
기도도 나오지 않으면 눈을 감고 숫자를 세었으니까.
슬플 땐,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대신, 이상한 상상이 들었다.
어쩐지 이 심장을 꾹 누르면 말들이 나올 것 같다는.
유리조각들은 주로 그런 식으로 내게 모습을 드러냈다 ― 고요하고 웅장하게.
그 작고 외로운 조각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그제야 알았다.
그들이 얼마나 춥고 무서웠는지.
내가, 얼마나 슬펐는지.
…… 밝고 따뜻한 5월이 되었지만 지난밤은 음(yin)의 밤이었다.
나무가 보고 싶었다.